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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8 15:38

편안한 안식에 들어간 왈료자

17일은 정교회식 절기를 따르는 나라들의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감사의 조건들을 되새겨 봅니다.

많은 동역자분들이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 주시고 계신것도 감사하고

지붕 공사를 하는 기술자분들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열심히 해주고 있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감사합니다.

화재 후에 성도들도 교회를 더 사랑하게 된 것도 감사하고

함께 예배하며 믿음이 더 성숙해진 성도들의 모습을 보며 감사합니다.

 

지난 1월 5일

비자 연장 서류 준비로 한 창 바쁜데 스따라야마야치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왈료자(66)소천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허름한 집

형제도 아내도 없이

이웃 고려인들을 보살핌에 의지하며 살던 분이었습니다.

그를 돌봐주던 이웃들조차 그가 어디서 무얼 하며 살았는지 과거 행적을 몰랐고

자식들은 러시아 어디에서 살고 있다고는 하는데 연락은 두절 상태며

심지어 무국적자였던 왈료자.

예전에  소련 시대에는 그래도 큰 일 하고 살았던 사람이라던데

정말 초라하고 너무 누추한 곳에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날따라 어찌나 춥던지 영하15도까지 기온이 떨어졌었습니다.


침대에 차마 바로 눕지도 못하고 그대로 숨진 왈료자가 안타까워

일단 그의 시신을 침대에 바로 눕혀 손을 모아주었습니다.

 

장례를 치룰 장소도 없고 시신을 안치할 장소도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경찰이 왔다 가면서 누구든 장례를 치뤄주고 싶으면 알아서 하라면서 시신을 두고 갔다고

장례 치룰 형편이 영 못 된다면  정부에서 처리 하겠다고 합니다
잠깐 망설이다 정부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육신을 바로 눕히고 염을 나서

그제서야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니 예수 안에 살았던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상 위에 놓여진 성경책, 채 먹지 못한 귤

그렇게 앉아 있다 눈감고 곤히 자는 모습으로 조용히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 이었습니다.

"나사로도 이렇게 주님의 부름을 받았겠지" 싶었습니다.

 

물론 이 세상엔 이렇게 허무하게 인생을 마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보여지는 디아스포라 무국적 고려인들을 보면

내 민족의 아픔이란 생각에 마음이 더 찡합니다.

 


자주 심장이 아프다고 했는데 좀 더 살펴주지 못한 제 스스로가 너무너무 밉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이제는 늦어 버렸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살아 있을 때

주변을 더 세심하게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 늦게 후회하지 말고 잘해 보자고 다짐하면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고단한 인생 여정을 마치고 편안한 안식에 들어간 왈료자의 미소를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전도자의 길에 서서 더 예민해야 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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